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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통즉구(通則久), 오래가는 공동체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39

                                                                   통즉구(通則久), 오래가는 공동체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세상이 막가고 있는 듯하다. 정치지도자들은 오로지 자기 말만 해 댈 뿐 누구의 말도 들을 귀가 없나 보다. 입으로는 민생과 경제를 말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있다. 백성들이야 선거일에만 필요한 일회용일 뿐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듯하다.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고 고질병으로 굳어진 듯하여 걱정이 크고 많다.

매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한 단어로 잘 정리하고 있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최근 5년 치를 더듬어 본다.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 :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죽고 만다), 2020년 아시타비(我是他非 :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2021년 묘서동처(猫鼠同處 :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2022년 과이불개(過而不改 :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 2023년 견리망의(見利忘義 :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

5년 내내 하나같이 한 패거리가 되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억누르고 짓밟으며 혐오, 배제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아니 자기 자신을 사지에 빠뜨리는 것은 자신의 문제니까 논할 바 아니지만 이 불똥이 애먼 백성들 다수에게 튀니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 시급한 과제가 민생(民生) 곧 백성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일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여기저기서 죽겠다가 아니라 이미 죽었고 또 죽고 있고 계속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믿고 대통령으로 선출한 지 어언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새 정의는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되어버렸다.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지은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도둑 셋이 무덤을 도굴해 많은 황금을 훔쳤다. 그리고 축배를 들기로 하고 그중 한 명이 술을 사러 갔다. 그는 황금을 혼자 다 차지할 속셈으로 술에 독을 탔다. 그가 도착하자 다른 두 명이 다짜고짜로 벌떡 일어나 그를 죽였다. 그새 둘이 황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둘은 기뻐서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똑같이 죽었다. 결국 황금은 지나가던 사람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애초부터 황금을 도굴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고, 황금을 본 뒤로는 세 명 모두 눈이 뒤집혔던 것이다.

백성을 먹고 살게 해 주라고 황금(권한)을 주었으면 그 권한을 백성을 살 수 있게 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허구한 날 정쟁을 일삼고, 파당 지으며 사욕과 당리당략으로 권한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도둑 셋이 21c에도 황금에 눈이 뒤집혀 있는 꼴이다. 언제나 이 꼴의 끝이 날까?

주역 계사전에 보면 극에 이르면 바뀌게 되고 바뀌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이 있다.

이미 백성들은 막다른 골목인 궁에 이르러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이는 변화의 때, 바뀔 때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누가 변해야 할까는 자명하다. 문제의 사달을 만든 이들이 공정하고 상식에 맞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권한을 위임해 준 백성들이 정치인들의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 다행히 오는 4월에 그 기회가 있다. 백성들의 손으로 변화의 채찍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통하게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백성들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변화하여 소통해야 한다는 말이다.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격언은 의학의 용어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시의적절하게 적용된다. 내가(정치지도자, 백성들) 변해야 남과 통할 수 있고, 남과 통하면 아프지 않게 된다. 소통하지 않으면 나만이 아니라 상호 모두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남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나만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호 아프지 않게 된다. 그렇게 원활하게 소통이 이루어질 때 그 관계가 오래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 같이 잘 살고 싶어 한다. 같이 오래 잘 살려면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내가 속한 가정, 직장, 지역, 나라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오래가는 공동체가 되는 비결은 소통을 잘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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