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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공동체의 언어 - 감사(感謝)와 사과(謝過)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36

                                                         공동체의 언어 - 감사(感謝)와 사과(謝過)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12월이다. 이제 2023년이 10여 일 남았다.

한해의 매듭을 앞두고 생각해 본다.

나는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었을까 싫어하는 사람이었을까.’

<논어> 양화편 24장에는 공자께서 싫어하는 인간에 대하여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첫째, 타인의 나쁜 점을 드러내는 사람(惡稱人之惡者) 둘째, 다른 사람을 헐뜯는 자(惡居下流而訕上者) 셋째, 용기는 있으나 예의가 없는 자(惡勇而無禮者) 넷째, 과감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 즉 도리를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르는 자(惡果敢而窒者)라고. 그 중 감사할 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를 그중 가장 싫은 사람으로 꼽았다.

내가 근무하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도 감사와 사과의 마음이 겹친다. 두 장면이 떠오른다.

#1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는 어느 날. 낡은 학교 건물에 비가 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찍 출근하여 학교를 둘러보고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잠시 후 정OO 선생님이 안녕하세요하면서 다가오더니 쭈뼛쭈뼛 손에 쥔 것을 슬그머니 내민다. 음료수 1병과 비닐 포장된 과자 2개다. 그러면서 나지막하게 말한다.

힘내시면 좋겠어요.“하는 것이다.

사실은 내가 그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다. 선생님은 담임 맡은 학생들의 일로 노심초사하며 몸과 마음을 혹사면서도 제가 뭘 잘못했나 봐요.“하며 자책하다시피 힘들어했다. ”아뇨, 선생님이니까 아이들에게 이만큼 하실 수 있는 겁니다. 선생님 탓이 아니에요. 오히려 선생님의 수고와 헌신이 있어 이만큼, 이 정도라고 생각해요.“라며 위로한 바 있다. 그 생각이 나서 선생님이 더 힘내시면 좋겠어요.“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 이후로 한 번이라도 더 힘내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싶다.

#2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평소에 하던 일들을 진행하고 있었다.

잠시 후 박OO 선생님의 일찍 나오셨네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 잘 지내셨어요?” 하면서 자리 곁으로 오더니

제가 간식으로 먹으려고 가져온 것인데 나눠 먹고 싶어서요. 이거 드세요.”

하며 오 예스두 개를 내민다.

오 예스참 감사한 일이다.

그 이후로 박OO 선생님에게 잘 지내셨어요?”라고 안부를 물어주지 못해 사과하고 싶다.

두 분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하면서도 그 감사를 다시 되돌려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사과하고 싶다. 적어도 한솥밥을 먹는 공동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이다.

이 두 사례 외에도 한약을 보내주고, 밥 사 주고, 같이 밥 먹어 주고, 손잡아 주고, 지지해주고, 걱정해 주고…… 헤아릴 수 없다.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감사(感謝)와 사과(謝過)라는 말은 뜻은 다르지만 두 단어에는 모두 사()자가 들어있다. ()자는 말씀 언()변이 있는 사례할, 쏠 사이다. 또 사()는 언()-()-()으로 구성되어 있어 감사든 사과든 그것을 입으로(), 몸으로(), 마디마디 순간순간마다 항상()하는 것이어야 한다. , 몸 등 온몸으로 매 순간에 감사하고 그 감사를 되돌려드리는 것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는 일은 결국 라는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노자(老子)자기를 아는 자는 깨달은 자이다’(자지자명·自知者明, 도덕경 33)고 하고, 부처님은 스스로 마음의 등불(불성)을 밝히라(자등명·自燈明)’ 하지 않았던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얽히고설킨 채 살아온 1년을 돌아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은 못될지언정 적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되어선 안 될 텐데 걱정이 앞선다. 공자님의 말씀대로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한 해 동안 감사한 것들을 정리해 봐야겠다.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감사요, 큰일, 작은 일이 있어서 감사요, 아무 일이 없어서, 별일이 있어서도 감사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미안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서 작아서 미안한 마음이 사과다. 감사든 사과든 결국 관계 속에서의 언어다. 말하자면 공동체의 본질적 속성에 해당하는 언어라는 말이다. 이 해가 가기 전에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나와 한 울타리(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뿐만 아니라 사과의 마음까지 전해야겠다.

(2023.12.18. 광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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