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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학교, 새로운 밥상공동체를 위하여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3

                                                                                            학교, 새로운 밥상공동체를 위하여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식사(食事)사람이 끼니로 음식을 먹는 일 또는 그 음식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한자의 뜻대로 풀면 먹는 일이다. 혹자는 식사(食事)라는 말은 발음이 [쇼쿠지]로 일본식 한자말인데 광복 후 일본군 출신들이 우리 사회에 퍼뜨렸다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식구(食口)라는 말도 있다.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끼니()를 같이 먹으며 함께 사는 것은 단순하게 생존 차원의 배고픔 해결의 문제를 넘어선다. 20세기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일방통행로에서 음식은 나누고 함께 할 때 비로소 음식다워진다.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누구, 어떤 사람과도 상관없이 함께 하여 나눌 때 즉 공동체 속에서 비로소 음식다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음식의 의의는 공동체의 결속에 그 의의가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 친구를 뜻하는 companion의 라틴어 어원도 (pan)을 함께(com) 먹는 사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 문화 속에서도 그렇지만 서양에서도 친구(식구)는 빵()을 함께 나누어 먹는 사이(공동체)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식구들의 밥상의 현실은 어떤가?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2020.12.8.) 자료에 따르면 ‘19년 기준 전체 가구 10가구 중 3가구(30.2%)1인 가구이며, ‘19년 기준 1인 가구 10가구 중 약 4가구(38.0%)가 보증금 있는 월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10월 기준 취업자인 1인 가구는 10가구 중 6가구(60.8%)이고, ‘19년 기준 1인 가구 중 절반(51.6%)은 본인이 노후생활비를 마련한다고 한다. 통계 자료를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현실은 식구가 함께 밥을 나눠 먹는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사회구조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회현상이요 일종의 문화적 맥락이라고 돌려버리기엔 너무 삭막하고 안타깝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를 이루고 살았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족이란 식구(食口)의 다른 이름이다. 말하자면 가족이란 한솥밥 공동체였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식구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영어에서 가족은 패밀리(family). 이 말의 어원인 라틴어 파밀리아(familia)는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구성원 즉 가까운(익숙한) 사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현실은 가족구성원들이 식구로서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만 있기엔 너무 소중한 가치를 방관만 하는 듯하여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식구가 되어 한솥밥 공동체를 이루고 우리네 식사문화의 아름다운 공동체성을 살리고 가꿀 방안은 없는가.

필자는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학교의 점심시간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우리 아이들은 유아원, 유치원, 초중고까지 적어도 15년 이상을 학교라는 집에서 거의 매일 1끼니씩 한솥밥을 먹으며 우리학교를 말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간다.

한 가정에서 1주일에 한두 번 식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가족공동체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식구라 하기에도 낯부끄럽다. 오히려 1주일에 5번씩 때를 맞추어 한 식탁에 앉아 점심 끼니를 함께 나누는 학교야말로 식사하는 가족에 더 가깝지 않는가.

우선 점심 끼니로 음식을 먹으니 식사에 해당하고, 같은 집(학교)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니 식구(친구)임이 분명하고, 한집(학교)에서 친한 사람(친구)을 확장해가니 가족공동체라 할만하다.

식구들이 모여 함께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물적 본능 해결의 의미를 넘는다. 오히려 공동체의 공감과 결속, 교육과 소통의 교육적 매개의 기회를 연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크고 깊은 의의를 갖게 된다.

가족은 근본적으로 관계를 배우고 익히며 소통과 공감과 배려와 양보의 삶을 공유하고 나누며 실천하는 공동체적여야 한다. 오늘날 가정에서 무너져가는 밥상공동체는 조건이 갖춰진 학교 교육 속에서 살리고 키워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

식사(食事)라는 말을 들여다보면 사람()이 어질게() 되는 일()이다. 사람이 어질게(좋게) 되는 것은 식구들과 밥상공동체를 제대로 이루게 될 때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래, 이제는 학교에서 밥상공동체를 새롭게 이루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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