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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나에 대한 사랑을 멈추고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8

                                                                 나에 대한 사랑을 멈추고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지금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자발적 불편학교(제로웨이스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선언문을 작성하고 푸른꿈 그린 다짐등을 준비하고 있다. 다짐의 내용으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분리수거를 올바르게 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다등이다. ‘나의 편함은 모두의 불편, 나의 변화는 모두의 행복이라고 여기며 도전하고 있는 것들이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보따리>(김병렬,(1987), 샘터사)에 인도의 성자 선다 싱(1889-1929)의 이야기가 있다. 선다 싱이 네팔 전도를 위해 눈보라가 몰아치는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산길을 걷고 있었다. 가는 길에 방향이 같은 여행자를 만나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와 싸우다시피 하면서 길을 가는데 눈 위에 쓰러진 채 의식을 잃은 노인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다 싱은 동행자에게 "우리 이 사람을 같이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얼어 죽고 말 테니 둘이 번갈아 업고 갑시다."하고 제의했다. 그러자 동행자는 "무슨 말이요? 지금 우리도 죽을지 살지 알 수 없는 판국에 저 노인네를 끌고 가다가는 우리 둘 다 죽게 될 거요."하고 버럭 화를 내며 거절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 앞장서 길을 가버렸다. 동행자의 말도 맞긴 하지만 선다 싱은 노인을 두고 차마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그는 혼자서 노인을 업고 눈보라 속을 비틀거리며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걷는 동안 동행자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힘겹게 목적지를 향해 산길을 걷다 보니 등에 업힌 노인이 의식을 회복했다. 노인을 업고 가느라 힘을 쓴 나머지 그의 더운 기운이 얼어붙은 노인의 몸을 녹여 소생하도록 한 것이었다. 업고 업힌 두 사람의 체온으로 서로 춥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목적지 마을 근처에 다다른 두 사람 앞에 얼어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었다. 시체를 찬찬히 살펴보곤 깜짝 놀랐다. 그는 바로 혼자라도 살겠다고 앞서 떠났던 동행자였기 때문이다.

얼어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고 혼자 살겠다고 가버린 사람은 결국 얼어 죽었고, 자기의 어려움과 불편을 무릅쓰고 죽어가던 사람을 업고 간 선다 싱은 두 사람의 체온으로 말미암아 얼어 죽어가던 사람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무사히 살아나게 된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남이야 어찌 되었건 자기만(나만) 편하게 살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개인적인 편리와 이익을 위해 경쟁적으로 남이야 어찌 되었건 나만은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사는 듯싶다.

컴퓨터 등 문명의 이기들이 첨단으로 발달하면서 점점 촘촘한 네트워크로 얽혀 사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럴수록 관계의 오프라인에서는 고독과 소외, 불평등과 불공정, 차별과 혐오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악순환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도도한 흐름이 되었다. 말하자면 혼자라도 편히 잘 살게 될 줄 알았지만 그와 달리 혼자뿐만 아니라 다 같이 죽을 위기 앞에 서게 되었다.

각각 혼자()만 편히 살겠다고 나서면 모든 각자는 죽게 될 것이고, 힘들지만 같이 살자고 스스로 나서면 모두 다 살게 될 것을 꿈꾸는 것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요, 같이 잘 살 사람들의 전제된 생활의 자세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레오 N. 톨스토이(18281910)"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은 남을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라 나에 대한 사랑을 멈추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한다는 것은 행복을 얻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고 했다.

이 시간 이 지면을 통하여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절실한 마음으로 말하고 싶다. ‘나에 대한 사랑을 잠시 멈추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하자개인이나 집단 모두 행복하려고 한다면, 같이 잘 살려고 한다면 말이다.

우리를 위하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굶주리는 이웃들과 환경을 위하여 음식물 소비와 쓰레기도 줄이고,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분리수거도 올바르게 제대로 하자.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니 많이 불편하더라도 자신과 이웃, 미래세대들을 생각하자.

나의 편함을 누리려다 모두가 불편해지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행진을 당장 멈추자. 그리고 스스로 불편해질 것을 다짐하고 선언하며 실천하는 변화가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짐을 명심하자. 인생은, 공동체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니만큼 나에 대한 사랑을 멈추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갈 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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