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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괜찮아, 푸른꿈 퀘렌시아가 있으니까(2021.9.7. 푸른꿈 2학기를 시작하며)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9

괜찮아, 푸른꿈 퀘렌시아가 있으니까(2021.9.7. 푸른꿈 2학기를 시작하며)

 

광주푸른꿈창작학교 학생들아!

작년 그러니까 2020년 초에 광주푸른꿈창작학교의 새로운 운영자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광주 YMCA에서는 TF팀을 꾸려 대안교육의 선진지를 직접 방문하여 배움을 청하기로 했단다.

경남 창원의 <태봉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서울 종로에 있는 <오디세이학교>, 마포에 있는 <꽃다운친구들>, 경남 상주에 있는 <상주중학교> 그리고 경기도 강화에 있는 <꿈틀리인생학교> 등을 돌아보았지.

특히 덴마크의 에프터 스콜레를 표방한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쉬었다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 마디의 말씀(?)이 눈에 쏙 들어오더니 가슴에 새겨졌단다.

쉬면 안 되고, 다른 길로 가면 큰일 나고, 무엇이든지 잘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괜찮아는 그 얼마나 옹골찬 위로의 언어인가. 어른인 나에게도 이럴 진데 성장기에 있는 너희들에겐 이 말씀이야말로 복음이요, 퀘렌시아가 아닐까.

 

퀘렌시아(Querencia).

스페인 투우장. 붉은 천을 흔드는 투우사와 극도의 공포로 흥분한 투우가 미친 듯이 돌진하는 장면. 피범벅이 된 채 싸우던 소가 문득 싸움을 멈추고 어딘가로 달려간다. 싸움에 지친 소만 아는 곳이다. 그곳에서 소는 숨을 고르고 기운을 모아 다시 싸울 힘을 회복한다. 그 소만 아는 안심, 안전한 공간을 퀘렌시아라고 한다.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란다.

세상()은 위험하다, 세상은 붉은 천을 들고 유혹하는 투우사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 겁도 없이 투우사를 좇다 보면 지치고 숨이 턱에 차오른다. 욕망의 전차를 타고 정신없이 가다 보면 기진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생명에 경각에 달렸을 때라야 소는 살 궁리를 하고 '퀘렌시아(Querencia)'를 찾게 된단다.

현대사회라는 투우장 같은 싸움터에서 온 국민, 특히 젊은이들과 학생들이 소위 영끌하며 죽을 힘을 쓰고 있다. 몸과 마음 영혼까지 피폐해진 오늘의 우리들에게 코로나와 실업, 장마와 산불, 태풍과 폭염은 이중, 삼중, 사중의 고통으로 사면초가의 상태이구나.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 다니는 학생 여러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특히 2학기 들어 지난 95일부터 추가로 50명의 학생들이 새로 들어왔다. 경쟁과 효율 지향의 입시 지옥인 학교생활을 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우리학교에 왔을 것이다. 어디 비단 학업뿐이겠느냐.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모님의 어긋난 가정생활로,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때문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에,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실 생활 때문에 등등 저마다 힘에 겨운 한짐씩을 짊어지고 우리 학교를 찾았을 것이다. 물론 꿈을 찾아보고자, 꿈을 꾸어보고자, 꿈을 키워보고자, 꿈을 이루어보고자 찾아온 학생들도 있고, 스스로 가진 재능과 끼를 찾아보고자 온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다 좋다.

 

사랑하는 푸른꿈창작학교 친구들아,

그래, 우리 학교에 잘 왔다.

쉬었다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좀 부족해도 괜찮아.

좀 모자라도 괜찮아.

좀 서툴러도 괜찮아

좀 잘못해도 괜찮아.

 

이제 이곳 푸른꿈창작학교에서 숨을 고르면 돼.

이제 이곳 푸른꿈창작학교에서 회복하면 돼.

천천히 하면 돼.

천천히 같이 하면 돼.

이곳, 푸른꿈창작학교 선생님들은 너희들 편이고,

너희들을 안고 품고 사랑할 거니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회복될 거야.

이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헤밍웨이는 투우장에 수백 번이나 드나들면서 투우를 관찰한 결과 "퀘렌시아에 있을 때 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해져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투우장 같은 세상과 학교 속에서도 숨을 고르고 기운을 회복할 수 있어. 여러분을 이해하려고 또 공감하려고 나아가 여러분과 연결되려고 하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며 사랑하려는 광주푸른꿈 창작학교 선생님들이 있으니까. 여러분을 단단하고 튼튼한 사람이 되도록 그리하여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도록 벼르며 기도하는 광주 푸른꿈창작학교가 있으니까.

 

광주푸른꿈창작학교 학생들아!

괜찮아, 푸른꿈 퀘렌시아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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