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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보이지 않는 새로운 손, 김 대장의 공동체성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5

                                                    보이지 않는 새로운 손, 김 대장의 공동체성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지난 88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고 김홍빈 대장의 장례식이 있었다.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 단독 등반에서 동상으로 열 손가락을 잃고 난 후 김홍빈 대장은 사단법인 김홍빈과 희망 만들기를 만들어 산에 오르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며 장애인·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고 도전 정신을 북돋는 데 힘썼다.

그의 행복은 손가락 하나 없이 장애인 최초로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의 정상에 우뚝 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산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장애청소년들과 함께 길을 걷는 것, 그리고 그들과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어깨를 겯고 함께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청소년들에게 꿈과 도전, 희망과 용기로 하나 되고 싶은 마음 즉 공동체성이 그의 행복의 요체였던 것이다.

이번 브로드 피크 원정에 나서면서도 그는 필자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전 세계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저의 800014좌 꿈인 마지막 브로드피크 등반이 온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기원하며 전 대원 안전하게 다녀오겠습니다. 항상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원정대장 김홍빈 드림이라는 문자를 통해 등정의 의의를 분명하게 했다. 코로나로 힘든 온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특별히 저의 800014좌 꿈인 마지막 브로드피크 등반이라고 명시한 것을 보면 이미 김 대장은 비장한 마음으로 자신과 물리적 공간인 브로드 피크를 넘어 온 국민을 품에 안고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자 하는 국민사랑 공동체성의 헌사를 미리 전하고 출발한 셈이다.

내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예비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국민을 위한답시고 국민의 이름을 앞세워가며 하는 말이나 행동이 진정 국민들에게 얼마나 위로와 희망이 되는가. 오히려 짜증과 실망감에 역겨움까지 느끼면서 김 대장의 국민들을 향한 진정한 위로와 희망의 마음을 절절하게 되새기게 된다. 같은 국민의 한 사람이요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 대장의 이런 공동체성의 발현에 감탄하며 경외감을 느낀다.

한편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 박사과정 김정기 글로벌 리포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보고가 있다. 그에 의하면 김 대장은 그보다 조금 앞서 정상 정복에 성공한 다국적 등반대 소속의 아나스타샤 루노바(나스야)가 하산길에 강풍에 조난을 당하자 나스야를 도와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김 대장이 나스야 구조를 돕는 의로운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추정한다는 것이다. 내 나라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조난을 당한 외국인을 구조하다가 자신의 생을 송두리째 내어놓은 진정한 동료요 이웃으로 여기는 공동체성을 발휘한 것이다.

이미 그렇게 생을 마감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그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 내가 산에서 일을 당하면 결코 나서지 말라. 나를 찾느라 나선 산악인들이 2차 피해에 희생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사실상 유언이 되어버린 이 말 속에서도 결코 누군가에게도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희생 당하지 않게 하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가족들은 김 대장의 유지대로 더 이상 2차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그의 구조 활동을 중단하도록 하였다. 결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를 위해 홀로 책임지고 그 책임을 완성하고자 하는 치열한 공동체성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남극에서 쓴 시 한 편이 잠언처럼 남아있다.

 

두 손이 있을 땐

나만을 위했습니다.

 

두 손이 없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만큼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새로운 손이

그렇게 말합니다. - (김홍빈)

 

보이지 않는 새로운 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과 공동체성으로 위로를 주고 용기와 희망을 말하며 생명을 살리는 우리의 김 대장.

김 대장의 공동체성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인들에게, 남의 아픔을 외면하는 수많은 들에게, 돈과 탐욕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코로나 19로 지치고 힘겨워하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를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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