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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2021년, 덕분에 감사한 스승의 날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5

                                                2021, 덕분에 감사한 스승의 날

 

매년 5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은 선생님의 수고와 가르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축하드리는 날이다.

40년이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매년 이날이 되면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분에 넘치게 존경한다며 편지, 선물 등을 받을 때마다 이날만은 꼭 숨어버리고 싶다. 축하드리고 사랑한다며 보내온 꽃바구니, 꽃다발, 화분을 보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감히 존경이라는 단어를 짓밟고, 사랑이라는 단어에 때 묻히는 일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의 지인들이 내 제자~ 운운하면 특별해 보인다. 나는 선뜻 스스로 내 제자~’라는 말을 앞세울 자신이 없어서다. 겸손의 겉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다. 늘상 옹졸하기 그지없고, 친절한 말보다도 뼈 있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고, 성질도 고르고 순진하기보다는 강하고 거친 편인 데다가 속마음을 잘 감추지 못해 얼굴빛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줍잖게 높아 보이고 커 보이려는 만심(慢心) 또한 적잖이 간직하고 있는 소인임을 스스로 익히 알기에 하는 말이다. 오죽하면 새벽마다 너그러운 마음, 친절한 언어, 절제된 생활, 낮아지고 낮아지는 언행을 기도 제목으로 삼고 있을까. 부끄럽기만하다.

그런데 2021년의 스승의 날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것에 앞서 이 축하와 감사가 내 덕이 아니라 주변 선생님들의 덕분임을 말하고 싶다.

'덕분'을 한자로 쓰면 '德分'이다. ’덕을 나눈다는 뜻이리라. 국어사전에는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 스승의 날에 받게 되는 축하나 감사, 사랑과 존경은 나 때문이 아니고 내 주변의 선생님들 덕분임이 틀림없다.

사실 난 금년 스승의 날을 맞으며 우리 푸른꿈창작학교 선생님들이 나처럼 부끄러워하는 날이 아니라 당당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함, 보람을 느끼는 날이 되도록 해 주고 싶었다. 학교장으로서도 그렇고 한 개인으로서도 그렇다.

여러 궁리 끝에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케이크를 선물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축하해 주고 싶었다. 마침 우리 학교엔 제빵실습기구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들뜬 마음에 담당이신 강OO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상의를 드렸더니 흔쾌하게 수고를 하시겠다고 했다. 재료비만 부담하면 되었다. 이윽고 스승의 날 전날 오전부터 강 선생님의 수업시간을 피해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노련하신 강 선생님이시지만 40개나 되는 많은 분량이어서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일과 중에 시간이 허락하는 황OO 선생님, 행정실의 박OO 선생님 그리고 일과 후엔 황OO 선생님, 행정실 윤OO 선생님 등이 밤늦게까지 힘껏 거들어 주었다. 달걀 깨는 일부터 각종 재료 계량하기, 반죽하기, 쪄내기, 모양 만들어 자르고 포장하기까지 그야말로 중노동이었다.

수업하기에도 힘들 텐데 스승의 날이라고 축하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고생만 죽어라고 시키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미안하고 또 미안하였다. 일하시는 내내 강 선생님을 비롯하여 함께 도우시는 선생님들이 웃는 표정으로 임하시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데 포장지 겉에는 내 이름이 버젓이 붙여져 있으니 다 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붙여버린 것을 어쩌지 못하였다. , 이를 어쩌나.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명색이 스승의 날이라고 감사와 축하를 진심으로 해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땀 흘리며 수고하게 하였으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날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땀 흘리며 수고해 주신 강 선생님, 황 선생님, 행정실의 윤 선생님, 박 선생님 덕분에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구성원 모두가 스승의 날에 케이크를 한 개씩 나눌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 때문에, 교장 때문에 사랑스럽고 감사한 것이 아니라 덕을 나누어 주시는(덕분) 여러 선생님들의 수고 때문에 쉽고 편하게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서 내 옆에 앞에 뒤에 있는 동료들은 나에게 감사를 느끼게 해 주는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당당한 선생님들이시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선생님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가는 좋은 선생님들이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이야말로 사랑받고 감사받아 마땅한 분들이시다. 내가 이렇게 좋은 선생님들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음을 남다른 축복이요 행운이라고 여긴다. 모든 것이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여기며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2021,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서의 스승의 날은 덕분에 감사한 날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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