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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공동체의 일상이 그립다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7

                                                                       공동체의 일상이 그립다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옛날 동네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전에는 먹던 김치 짠지에 진닢국만 끓여놓고도 부를 만한 이면 나이 없이 부를 수 있었고, 투가리에 우거지 지져 간장 곁에 놓고, 바래기에 시래기 무쳐 장아찌 앞에 올린 상을 받더라도 허물한 적이 없었으나~”(우리 동네 리씨, 이문구)에서처럼 소찬에도 허물없이 나이와 친소를 불문하고 이웃들을 불러 모아 밥상공동체를 이루던.

다음은 얼마 전까지 우리가 누렸던 일상의 장면이다.

가족들과 틈틈이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나들이도 하였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재잘거리고 뛰어놀며 머리 맞대고 공부도 하였다. 또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식당에서 모임도 하고 끼리끼리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여행을 즐기기도 하며 가정공동체, 사회공동체를 이루던.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일상은 어떤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 그리고 비대면이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 없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식당 출입도, 목욕탕도, 사무실이나 건물 출입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마스크를 쓰고도 4명 이상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뿐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체온 측정, 방문자 목록 작성, 서명, QR코드 체크인,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끼리끼리 어울려 붙어 다니면, 외출이나 특히 화장실 다녀온 후에 손 안 씻으면, 친밀감을 표시하느라 얼굴을 가까이 내밀면 왠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면 이상한 느낌을 넘어 범법자처럼 여겨진다. 또 누가 얼굴을 내밀고 가까이 다가오면 섬찟 놀라며 물러나 거리를 두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앞서는 파편화된 공동체의 균열진 풍경들이 이제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다. 아니 이미 집안에서 생활할 때나 산행 중에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오히려 방콕, 집콕하며 혼술, 혼밥이 편하다고 즐기기까지 하다.

, 처음엔 얼마나 이상한 일들이었는가. 밥상공동체, 가정공동체, 사회공동체를 거스르는 일들이. 그런데 지금은 거의 이상하지 않다. 다만 마음과 생활의 한켠에 일상의 회복을 바라는 기대감을 간절한 기도처럼 간직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동체를 이루어 살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그래, 그리움이다. 변화된 코로나의 일상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그림처럼 남아 있는 과거 일상 즉 사회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잔상으로 남아 머리와 가슴을 후비고 있다. 맨 얼굴 보는 것에 대한 그리움,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에 대한 그리움, 함께 밥 먹고 일하고 여행 다니는 것에 대한 그리움 등등.

언젠가 읽었던 열대어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수족관에 너무 예쁜 열대어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이 열대어를 사서 키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가격을 물으니 생각보다 비쌌다. 할 수 없이 한 마리만 사려고 했더니 주인이 열대어들은 무리를 지어 살기 때문에 한 마리만 사면 안 된다고 했다. 속으로 많이 팔려는 주인의 상술이구나생각했고, 내가 정성껏 키우면 잘 살 것이다는 마음도 있어 주인에게 사정한 끝에 한 마리만 사서 정성껏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열대어는 가게 주인의 말대로 얼마 안 되어 죽고 말았다. 원래 무리 지어 살았던 열대어인 까닭에 홀로 있으면 적의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불안이 쌓여 결국 죽게 되었다는 얘기다.

우리들은 날마다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사람들과 악수하며 어울려 만나며 살아가고 있다. 또 혼자 쉬기도 하지만 여럿이 여행을 다니며 즐거움과 행복감을 맛보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일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공동체로 영위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에 이상이 생겼다. 일상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가 없고 물리적 강제력에 의해 거리두기와 홀로 생활해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불안과 고독 속에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이 시간이 더 길어지면 열대어처럼 죽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 죽지 않고 산다 하더라도 육체적 생명의 연장일 뿐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리라. 어서 밥상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공동체로 어우러지고 싶다. 공동체의 일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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