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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 한 사람의 감동

  • 작성자 : 이*양 작성일 : 2024-03-29 조회수 : 35

                                                                          한 사람의 감동

 

참 분주한 3월이었다.

2일 개학하는 날로부터 입교식, 각종 위원회 구성 및 규정 보완, 이사회와 운영위원회 개최 준비와 진행, 학생들의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교수학습활동과 대안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달라진 학내외 다양한 활동 등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보낸 한 달이었다.

마지막 날인 31일은 절정이었다. 3월 한 달을 정리하고 4월을 내다보며 전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푸른꿈공동체 3월 월례회와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푸른꿈공동체 3월 월례회는 광주푸른꿈창작학교의 새로운 교직원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금년에 새롭게 시도하는 이른바 야단법석이라고나 할까. 한 달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드러내는 일에서부터 원인 분석, 해결 과정이나 방안까지를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다. 각 부서에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도와달라는 제안들이 문서로 이미 공유되었고, 개인이나 그룹별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과제 또는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풀어야 할 숙제 등이 무려 15가지나 제시되었다. 크든지 작든지, 누군가의 마음에 들든지 안 들든지 상관없이 제시된 과제를 전 교직원이 5그룹으로 나누어 토론하였다. 진지하게 때론 열띤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마지막에 정리하여 발표하는 교직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큰 상을 주는 것도 아닌 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교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니 감사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분들과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깊이 감사하고 감동스러웠다.

오후 4시에 시작한 월례회가 1시간 50분이나 흘렀지만 순식간처럼 여겨졌다.(나만 그랬는가?) 하여튼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이어서 학부모 총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단체 식사가 외부에서는 어려운 상황이라 난감한 문제였다. 그런데 솔선하시는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아 조리실습실에서 함께 밥을 짓고 반찬을 간단하게 준비하여 소박하지만 너무나 편안하고 따뜻한 밥상공동체를 이루어 감동의 밥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먹은 밥그릇을 각자 씻어서 제자리에 놓기까지 서로 배려하고 섬기는 모습들이 그야말로 그냥 밥이 아니라 감동의 밥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학부모 총회를 준비하였다. 차량 주차 안내와 총회장 안내. 발열 체크, 선물 준비와 자료 준비 및 배부, 식순과 음향 준비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예정된 시간보다 5분 늦게 시작한 학부모 총회.

광주푸른꿈창작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학부모님들께 교장으로서 무슨 내용으로 인사말(특강)을 할까 여러 가지로 고민하였다. 궁리 끝에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와 지향에 대하여 얘기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였다.

공교육의 현실은 효율과 경쟁을 통해 혼자서 빛나는 고독한 개인나쁜 사람을 만들고 있다. ‘나쁜 사람나뿐인 사람이라고 본다. 우리학교는 좋은 사람을 꿈꾼다. ‘좋은 사람주며 나누며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보통교과, 전문교과, 대안교과 등 모든 교과를 통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한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문제 교사와 문제 학부모가 있지, 문제 학생은 없다는 마음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학생들과 같이 배우려고 한다.

학부모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학부모도 교육의 중요한 축이니만큼 학생들이 푸른꿈을 꿀 수 있도록, 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발견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꿈을 이룰 수 있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부족하고 모자라고 잘 못해도 괜찮아라는 격려와 지지를 받으면서 보통, 전문교과와 자전거, 목공예, 크리에이티브, 명상, 생명평화, NGO, LTI 등 대안교과를 통해 건전하고 건강하게 꿈을 꾸고 키우고 이루어갈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길러 가게 하겠다.

아직은 우리학교가 지향하는 대안교육을 실현하기에 학교의 시설환경이 많이 미흡하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학생, 학부모와 함께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려는 좋은 마음들이 물리적으로 부족한 것들을 충분히 채워주리라 확신한다. 여기에 학부모님들의 참여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더불어 빛나는 행복한 공동체, 푸른꿈창작학교와 함께 가실 거죠?”

학부모님들을 향해 진심으로 정성껏 말씀드렸다.

총회가 예정된 순서에 따라 잘 진행이 되었다.

이어지는 순서는 학부모님과 담임 선생님이 면담하는 시간이다.

1시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 총회장을 나서려는데 쭈볏거리면서 한 학부모가 다가왔다.

교장 선생님, 오늘 말씀에 감동받았습니다.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아이고, 감동받으셨다니 제가 더 감동입니다.”

그래, 맞아. 내가 더 감동받았다. 한 분이라도 감동했다니 얼마나 감동적인가.(아마 차마 말 못한 학부모가 한 분이라도 더 있다면 더 감동이겠지?)

 

길고 지난 했던 3월의 마지막 날.

푸른꿈공동체 3월 월례회에서 교직원들의 진지한 아름다움을 본 하하 한 사람의 감동.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공동체를 통해 느끼게 되는 하하 한 사람의 감동.

학부모 총회에서 만난 학부모 한 사람의 감동.

그리고 덤처럼 덩달아 갖게 된 하하 한 사람의 감동.

그렇다.

매일 한 사람에게 단 한 번이라도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광주푸른꿈창작학교는 이렇게 한 사람의 감동으로 3월의 마지막 날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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